
제18회 서울국제노인영화제의 문을 엽니다.
지난 18년간 서울국제노인영화제는 노년이라는 삶의 한 시기를 소재가 아닌 주체로 바라보는 자리를 꿈꾸며 의미 있는 영화들을 꾸준히 관객들께 소개해왔습니다.
올해 역시 나이 듦을 그저 지나가는 시간이 아닌, 여전히 사랑하고 고민하고 꿈꾸는 현재진행형임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스크린 위에서 만나는 노년의 얼굴들은 우리 모두가 언젠가 마주할 시간이며, 이미 우리 곁에 있는 누군가의 오늘이기도 합니다.
서울국제노인영화제는 그 얼굴들을 통해 세대와 세대가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장을 만들기 위해 올해도 관객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올해의 개막작은 허가영 감독의 <첫여름>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제78회 칸영화제 라 시네프 부문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1등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손녀의 결혼식과 연인의 49재 사이에서 고뇌하는 노년 여성 영순을 통해 노년의 시간 속에도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사랑과 인간 본연의 욕망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잃었던 한 개인의 진정한 내면을 되찾아가는 이 여정은 영화제의 첫 문을 여는 의미 있는 시간을 선사할 것입니다.
SISFF 단편경쟁 부문에서는 노년과 삶을 주제로 풀어낸 전 세계 감독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청년 감독들의 신선한 시각과 노년 감독들의 깊이 있는 통찰이 만나, 노년을 단순히 나이 든 시기로 바라보지 않고 그 안에 담긴 풍부한 감정과 경험, 세대 간의 교감을 탐구합니다. 잊혀가는 기억을 되살리는 이야기부터 가족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해가는 이야기까지, 치열한 예심을 거쳐 선정된 한국단편 17편과 국제단편 8편이 관객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전영화전은 올해 故 이순재 배우를 기리는 추모전으로 마련됩니다.
청년 시절의 고뇌하는 얼굴부터 삶의 애환을 담아낸 얼굴까지, 그를 대표하는 세 편의 영화를 준비했습니다.
평생 스크린 위에서 시대를 비추어 온 배우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시간은 그가 남긴 연기의 깊이를 다시 한번 마주하는 뜻 깊은 추억이 될 것 입니다.
모두가 차별 없이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된 <SISFF 명예의 전당: 배리어프리>, 어르신들의 삶을 영상 기록으로 만나는 <기억 아카이빙: 인생 교환>, 어르신 도슨트들의 유쾌하고 명쾌한 영화 해석을 들을 수 있는 <도슨트 초이스>까지, 오랜 기간 영화제를 지탱해온 프로그램들이 올해도 변함없이 여러분을 맞이합니다.
18년 동안 서울국제노인영화제가 이어온 것은 나이 듦이 삶의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올해도 다양한 영화와 이야기를 통해 세대를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